나의 수집 강박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공룡 그림들을 모았다. 각종 잡지에서 오리고 붙이고, 공룡 대백과를 여러권 소유했다. 저장과 소유의 기분은 짜릿하고 끔찍할 정도로 중독적이었다. 그렇게 호더적 습성이 완전히 피우게 된건(full-blown) 초등학교 6학년에 와서였는데, 그 때는 홈쇼핑 카탈로그와 (보그, 엘르같은) 패션 잡지를 모으는 것을 좋아했던 것같다. 그 곳에 나와있는 모든 쓰레기같은 활자들과 덧없는 이미지들을 기억하고 아로새기고 되뇌였다. 물론 인쇄물의 냄새도 무척 좋았다. 싸구려 종이의 질감과 부피. 여러번 읽게 되면 이상하게 변형되는 잡지의 견고하지 못함 역시 나의 취향에 걸맞는 것이었다. 나는 산처럼 쌓인 잡지들과 카탈로그들을 들여다보며 뭉클한 심상에 젖곤했다. 지금와..
열심히 생산성을 발휘해야할 시기에 멍하니 앉아있고 그런 스스로를 한심해하고 있다. 하지만 등기 소포를 받으면 곧바로 외출할 것이고, 일을 할 것이고, 좋은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같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지금 글을 쓰고 있다솔직히 지난 며칠간 딱히 특기할 만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어제 나는 옆에 있는 대학교로 가서 친구와 커피를 마셨다. 도서관에 가서 우리 학교에는 없는 유씨 파리카의 책을 빌렸다. 그리고 노천 카페에 앉아서 친구와 함께 계속 같이 떠들었다. 노닥거리고 난 뒤에는 을밀대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평양냉면은 고소하고 깔끔한 뒷맛이 있었다. 다만 편육은 퍽퍽했고 양도 적었는데 나는 그것이 불만이었지만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다. 요즘 생각하건대 뚜렷한 목적이나 방향..
요새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 약 때문인지, 탄산수를 너무 많이 들이켜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찌됐건 내가 할 수 있는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 뿐이다. 블로그 글자가 좀 더 진하고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스킨을 바꿨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밑에 있는 문구를 지우고 싶긴 한데 나중에 덜 귀찮아지면 하겠다. 트위터 본계를 폭파시키는 시뮬레이션을 머리 속으로 돌리고 있는데 거기에는 늘 일정한 쾌락이 동반된다. 내 일부를 죽이는 것같은 즐거움. 쾌락의 포기가 주는 또 다른 쾌락 같은 것들.그러면서 나는 이 트위터라는 플랫폼 바깥에서 서고 생활하는 주체성같은 것을 상상해본다. 그곳에서의 나는 아마 트위터를 하는 나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슬퍼하고 비관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고 에너지의 낭비..